인제대 서울백병원 흉부외과(심장외과 김용인 교수)는 지난 7월 22일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복합판막심장병 환자(여, 44세)에게 '역행성 자가혈 충전법'(Retrograde Autologous Priming)을 시행, 무수혈 심장수술에 성공했다.
서울백병원 무수혈센터의 지원아래 시행한 '역행성 자가혈 충전법'은 수술시 우심방과 대동맥 사이에 연결되어 산소공급 펌프 역할을 하는 인공심폐기의 충전수액을 기존의 2L 정도에서 1L 정도로만 채운 채 환자 자신의 자가혈로 충전하는 것으로 우심방과 대동맥 연결튜브를 적절하게 열어 놓아 환자 자신의 피가 역행하여 인공심폐기로 차오르게 하는 방법. 인공심폐기의 충전수액을 자가혈로 절반가량 충당하여 수액을 이용한 충전액의 양을 최소화함으로써 환자의 혈액 희석을 줄이고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 수혈률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환자는 수술 후 첫날 헤모글로빈 수치가 10.5g/dl을 보이는 등 양호한 상태였고, 수술 후 8일만에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 퇴원 1주일 후 외래 추적 혈액검사에서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10.4g/dl를 보여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복합 판막 심장 질환 수술(승모판 및 대동맥 판막 대치술)은 수술 시간이 길고 인공심폐기 사용시간이 길어져 혈소판 등이 파괴되는 부작용으로 출혈 성향이 많아 대부분의 경우 수술 후 수혈을 받아야 했다.
따라서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들의 경우 출혈이 덜되는 약재를 쓴다든지 혈액여과장치를 이용하거나 셀세이버(CELL SAVER)를 이용하는 정도였으나 수술 시간이 길어짐에 따른 위험성을 감수해야 했다.
김용인 교수는 "역행성 자가혈 충전법을 사용하면 일반적인 심장수술 시에도 수혈률을 약 45~50%에서 0~15%까지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혈액 전파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며 "수혈을 하지 않고도 복합 심질환자의 심장수술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수술법은 미국에서도 몇몇 심장수술센터만 시술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루벤대학과 미국 피츠버그 성프란시스병원에서 1,700례 이상의 심장수술 경력을 갖고 있는 김 교수는 지난 6월 인제대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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